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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스페셜]‘교량+플랜트+환경 ‘3각 편대’ 구축, 더 높이 飛上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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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3 05:00:10   폰트크기 변경      
누리플랜 새식구 된 유니슨HKR 천안공장

 

‘총연장 48.57㎞로 세계 최장 해상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의 핵심 제진 장치를 공급했다. 내진ㆍ면진ㆍ제진 등 70건 이상의 특허를 앞세워 국내 교량ㆍ건축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플랜트 부문에선 익스팬션 조인트, 스프링 행어ㆍ서포트, 교량 받침장치, 크로스 오버 파이프, 댐퍼(Damper) 등 국내 1∼2위 제품이 수두룩하다. 세계적으로 엄격하다는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아부다비석유국영공사(ADNOC) 등 글로벌 발주처의 벤더(협력업체)이자, 두산중공업과 GE, 도시바(Toshiba) 등과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허재정 유니슨HKR 대표가 충남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유니슨HKR공장에서 플랜트 건설에 사용되는 스프링 행어 등 생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한눈에 봐도 탐나는 회사다. 특정 분야에서만큼은 경쟁사 추격을 허락하지 않는 압도적 경쟁력의 기술 강소(强小)기업, 바로 유니슨HKR㈜이다. 지난 8월 이 회사의 주인이 홍콩 사모펀드에서 한국의 도시경관 전문기업인 ㈜누리플랜(회장 이상우)으로 바뀌었다. 유니슨HKR 인수대금은 약 260억원. 이상우 누리플랜 회장은 “자산이 1000억원에 육박하고 순자산만 400억원 규모의 알짜 회사”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은 863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이다.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장산리의 유니슨HKR 본사 및 공장을 찾았다. 본사 입구에선 간판 교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유니슨이테크’를 ‘유니슨HKR’로 바꾸고, 모그룹인 ‘누리플랜’ 문구를 새로 넣는 작업이다. 유니슨HKR은 1984년 세워진 유니슨에서 알짜 부문인 교량 건설사업부를 떼어내 2009년 물적분할한 유니슨이테크의 전신이다. 1999년 금탑산업훈장, 2003년 한국품질대상, 2013년 백만불 수출탑, 2015년 오백만불 수출탑, 2016년 천만불 수출탑을 잇달아 수상했다. 누리플랜 인수 두달 뒤인 지난 10월14일에는 유니슨이테크와 자회사 HKR의 합병법인으로 유니슨HKR이 탄생했다.

유니슨HKR 인수작업에 참여한 인연으로 초대 사장을 맡은 허재정 대표(56ㆍ사진)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도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있는 사업에 더욱 매진해 3년 내 회사를 상장(IPO)시키겠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1989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한 뒤 대만고속철도현장 관리팀장, 중국상하이법인장, 조달실 구매팀장(상무) 등 지난 30여년간 건설ㆍ교통 분야에서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유니슨HKR  천안공장에는 2,000kN피로시험기와 30,000kN 시험기 등 건축물의 면진,제진 성능을 시험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절단ㆍ가공ㆍ용접 풀 패키지 생산라인 구축

유니슨HKR은 크게 플랜트와 건설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플랜트 기자재 사업부문에서는 플랜트 건설의 필수 품목인 스프링 행어, 댐퍼류 및 익스팬션 조인트, 크로스 오버(Crossover) 파이프 등을 만든다. 건설 사업부문에서는 교좌장치, 건축면진제품, 방음벽 등 다양한 건설 아이템 등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공장은 약 10만㎡ 부지에 사무동을 포함해 5개 단지 15동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만 280여명이 근무한다. 동행한 공장장 권순동 생산본부장(상무)은 “절단, 가공, 용접까지 일관 생산라인을 구축한 공장은 매우 드물다”며 “이런 원스톱 시스템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답게 납품처도 다양했다. 교량 상판을 이어주는 신축이음장치는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폭 18.5m짜리 ‘보츠나와∼잠비아 카중굴라 교량공사’ 현장에, 플랜트 스팀 이송관 이음장치는 신고리 원전 5호기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배관 백화점’ 정유공장과 발전소의 다양한 종류의 배관을 이어주는 익스팬션 조인트는 폭이 최대 84인치에 달했다. 교량용 포트받침은 광주 순환고속도로 납품용이었다. 허 대표는 “스테인리스, 철강, 고무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며 설계부터 조립, 완성까지 풀패키지로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사무동으로 들어가봤다. 사무실 칠판의 ‘출장자 명단’에는 헝가리, 베트남, 폴란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지명으로 가득했다. 허 대표도 해외공장이 있는 베트남 호찌민 빈등 출장이 예정돼 있다. 유니슨HKR은 인도 지사 외에도 유럽(스페인), 중동(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레바논), 동남아(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동북아(중국, 대만) 등에 대리점을 두고 있다.

 

   
천안공장에서는 플랜트 현장으로 보내질 배송관 이음장치와 정유공장과 발전소에 사용될 다양한  종류의 익스팬션 조인트를 생산한다/   안윤수기자 ays77@

 

◇환경사업 추가해 밸류체인 완성

유니슨HKR은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건설 사업과 신성장동력인 플랜트 사업의 조화를 기반으로, 환경사업을 추가해 균형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교량+플랜트+환경’이라는 3각 편대로 짜여진 유기적인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지금 잘하는 분야는 키우되,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과거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다. 유니슨HKR은 건설의 교량받침(Bridge Bearing), 플랜트의 배관 지지물(Spring Hanger & Support) 등을 제조하며 승승장구했다. 2011년에는 발전소나 석유화학, 오일가스 공장 등에 많이 쓰이는 익스팬션 조인트(expansion jointㆍ신축 이음)를 설계ㆍ생산하는 HKR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건설분야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결국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특히 모노레일 사업부문은 대구 도시철도 모노레일 3호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국내 유일의 기술력과 실적을 올렸지만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다. 허 대표는 취임 후 기존 19개팀을 12개팀으로 줄이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선택’을 시작했다.

 

   
유니슨HKR의 모기업인 누리플랜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백연저감장치를 천안공장에서 시험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유니슨HKR의 신성장동력은 환경 분야다. 모기업 누리플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백연과 미세먼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친환경 설비(고효율 백연 및 초미세먼지 저감시스템)를 제품화하고, 이를 직접 설치하는 사업이 첫 번째 아이템이다. 이 기술은 설치ㆍ유지비용이 저렴하고 공장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 대형빌딩, 냉각탑, 쓰레기 소각장 등 다양한 곳에 설치할 수 있어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경기 부천의 한국호세코 공장 등에서 채택해 쓰고 있고 아세아시멘트, 삼광아스콘 등에서 설치를 적극 검토 중이다. 2017년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허 대표는 “누리플랜이 기술과 마케팅을, 유니슨HKR이 제작과 설치를 분담하는 환상의 팀워크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연저감장치는 △백연제거 설비 △미세먼지 제거 설비 △이동식 백연저감장치 등의 제품군을 갖췄다.

선박용 탈황설비인 댐퍼(Damper)도 유니슨HKR의 새 먹잇감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저감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다. IMO는 2020년 1월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댐퍼를 탑재한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LNG 등 친환경 연료를 써야 한다. 선주들은 매번 비싼 기름을 사는 것보다 댐퍼 설치를 선호한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기둥 마디를 연결할 때 들어가는 방진 패드도 빼놓을 수 없는 환경 부문 아이템이다. 허 대표는 “플랜트와 환경사업은 대금지급시스템이 잘 갖춰진 분야라서 중소기업 입장에선 안정적인 회사 경영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직무실의 대형 화이트보드에는 ‘To do list(할 일)’ 20여개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신제품 개발 TF를 직접 이끌고 있다. 허 대표는 “기여도가 큰 직원에게는 깜짝 놀랄만큼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우리사주제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같은 임직원 보상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누리플랜은?]

 

   
이상우 누리플랜 회장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누리플랜은 ‘세상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만드는 기업’을 모토로 내건 도시경관 전문기업이다. 경관조명 분야에서 이미 국내 최고기업으로 성장했고, ‘승부사’ 이상우 회장(사진)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M&A로 누리플랜은 기존 파워글라스글로벌(LED투명전광유리), 누리온(옛 현대LED), 미디어디바이스(터널무선중계시스템)에 이어 유니슨HKR까지 5개 기업을 거느린 자산 1800억원대, 직원 500여명의 ‘누리플랜 그룹’으로 도약했다.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기업가치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 중이다.

 

천안=김태형기자kth@

사진=안윤수기자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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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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