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白煙)의 두얼굴③] "필터로 걸러보면 시커먼 침전물... 이게 백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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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白煙)의 두얼굴③] "필터로 걸러보면 시커먼 침전물... 이게 백연의 실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1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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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플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 인터뷰
"발암 물질 포함돼 있지만 아직도 수증기로 인식"
"내년 총선 후 백연(白煙) 바로 알기 홍보 나설 것"
"백연‧미세먼지 배출 기준, '농도'서 '총량'으로 전환해야"

[편집자 주]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백연(白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연은 직역을 하면 ‘하얀 연기’이다. 순백의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화된 연기’, ‘무해한 수증기’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백연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백연 때문에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하얀 연기에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알기를 원한다.

취재 결과 국민들의 이런 바람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신뢰할만한 ‘백연 측정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로 떠오른 ‘백연’의 두 얼굴을 <시장경제>가 심층 취재했다.

누리플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 최 소장은 “백연을 저온의 ‘급속냉각 응축필터’를 통해 걸러내면 시커먼 침전물이 나온다. 어떤 공장이냐에 따라 침전물의 형태, 점도, 색깔, 고형의 정도가 다 다르다”고 했다. 덧붙여  “이게 진짜 백연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누리플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연구소장, 박사). 최 소장은 “백연을 저온의 ‘급속냉각 응축필터’를 통해 걸러내면 시커먼 침전물이 나온다. 어떤 공장이냐에 따라 침전물의 형태, 점도, 색깔, 고형의 정도가 다 다르다”고 했다. 덧붙여 “이게 진짜 백연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백연 규제는 없다. 백연 피해자를 위한 지원책도 없다. 문제는 백연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측정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국민이 ‘수증기’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4일 경기 판교 누리플랜 본사에서 만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연구소장, 박사)은 우리나라의 백연 인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누리플랜은 세계 최초로 ‘급속냉각 응축필터 방식’을 통한 백연 및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을 개발했다. 국내 백연 저감 기술 분야에서는 선두기업이다. 현재 백연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거나 연구하는 환경단체, 연구기관은 없다. 

최 소장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선 이미 백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규제 및 피해자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수증기’라는 허상에 갇혀 있다.

최 소장은 “중국은 2~3년 전부터 백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당 차원에서 공기업에 우선적으로 백연 저감 장치를 적용키로 했다. 미국에서도 몇 개 주(州)에서 백연 규제를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도쿄시(市)가 ‘무백연 도시’를 선포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쉽게도 관련 제도가 없다. 백연을 측정하는 기준 조차 없다. 사람들에게 ‘하얀 연기가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아직도 ‘수증기에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정부도 그렇게 대답한다. 백연에 대한 심각성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장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기가 차가운 외부 공기를 만나면서 백연이 발생하므로 그 형태는 ‘수증기’가 맞지만 그 안에 무엇이 포함돼 있는지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건강 유해 물질이 들어가 있다면 반드시 예방하고 줄여야 한다는 게 최 소장 논리의 핵심이다.

누리플랜이 백연 저감 기술을 적용한 공장들에서 발생한 침전물의 모습. 사진=누리플랜)
누리플랜의 백연 저감 기술을 적용한 공장에서 발생한 침전물 모습. 사진=누리플랜)

누리플랜이 백연 관련 연구 및 측정법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백연의 진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누리플랜의 백연 저감 기술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공장에서 발생한 고온의 백연을 저온의 ‘급속냉각 응축필터’, ‘매직필터’를 통해 걸러내는 방식이다. 백연이 필터를 통과하면 증기와 미세먼지는 걸러지고, 침전물만 남는다.

위 사진은 누리플랜의 백연 저감 장치를 실제 공장에 설치해 나온 것을 촬영한 것들이다. 한눈에 봐도 백연 속 감춰진 오염물질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리플랜 백연 저감 장치에 주입한 물질은 열과 물이 전부이므로 사진에서 보이는 침전물은 사실상 공장에서 발생한 것이라는게 최 소장의 설명이다.

최 소장은 “침전물은 누렇기도 하고 시커멓기도 한데, 어떤 공장이냐에 따라 침전물의 형태, 점도, 색깔, 고형의 정도가 다 다르다”며 “이게 진짜 백연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존하는 백연 저감 기술은 ‘전기응집’과 ‘열교환’ 방식으로 양분돼 있다. 전기응집은 전기로 백연에 포함된 물 입자를 포집하는 것이고, 열교환은 뜨거운 열기를 가진 백연을 차가운 통로로 흐르게 해 물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다. 

누리플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연구소장, 박사)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누리플랜 최준성 대기환경사업본부장(연구소장, 박사)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반면 누리플랜이 개발한 ‘급속냉각 응축필터’ 방식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입장에서는 보다 쉽게 백연 저감 장치를 장착할 수 있고, 유지비 역시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치비는 타사 제품 대비 50% 수준이고, 유지관리비는 평균 10% 정도"라고 덧붙였다.

비용 부담이 적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회사 측이 밝힌 백연 저감 효율은 95% 이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LNG, 시멘트, 주물, 목재 공장 등이 누리플랜의 백연 저감 기술을 채택했거나 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누리플랜은 내년 총선 이후 백연위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앞서 누리플랜은 올해 3월 (재)환경재단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 소장은 “최근 한 방송국이 지역난방공사 굴뚝에서 내뿜는 백연을 채집해 분석했는데 벤젠 등 발암물질과 다수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기준치 이하'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대기오염 측정 방식을 농도 기준에서 ‘총량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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